'킹달러'에 횡행하는 각국 외환…'비상'은 아니지만 환율 100원 급등

2024-07-08


새롭게 정상화된 고환율

과거와는 달라진 외환시장

2분기 평균 환율 1,371원…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3개월 만에 42원 급등...한·미 실질금리 격차 확대 여파


연일 '슈퍼엔저' 제외하면 주요국 대비 원화 약세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조금씩 오르면서 2분기 평균 환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상대적으로 미국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조기 금리 인하설이 제기되면서 양국 간 실질금리 격차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상황에 맞춰 서로 다른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환율 변동 폭이 커지고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달러 왕중왕전 국가들의 환율...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71원·24원으로 1분기 1,329원·40원보다 42원 올랐습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평균 환율(1315원·20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56원 오른 것으로, 2009년 1분기(1418원·30원) 이후 약 15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4분기(1,364원·30원)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2년 4분기(1357원·20원)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대형 재난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를 지속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입니다.


환율이 상승하는 이유는 한미 간 시장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해 말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보다 0.663%포인트 낮았지만 지난 5일에는 1.112%포인트까지 격차가 확대됐습니다. 엔화 등 아시아 통화의 동조화 강화와 미국 내 기업과 가계의 투자 확대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올 상반기 원화 가치는 7%(89원) 하락했습니다. 일본(-14.2%)을 제외하면 유럽연합(-3.0%), 중국(-2.4%), 영국(-0.6%) 등 주요국보다 낙폭이 큽니다.


외환 전문가·기업금융 관계자도 기울어...한미 금리차에 따른 환율 변동성


"지난해 말 대부분의 전문가는 올해 2분기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환율은 100원 이상 높았습니다.


4대 그룹 계열의 한 대기업 대표는 어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 사업과 금융 전략을 짜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환율 움직임은 금융 전문가나 대기업 외환 관계자 등 전문가들조차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제품의 수출 호조로 달러가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음에도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입니다. 외환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환율 3거래일간 60원 급락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일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227%로 같은 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연 4.339%보다 1.112%포인트 낮았습니다. 한·미 간 실질금리 차이를 보여주는 한·미 국채 스프레드는 지난해 말(0.663%포인트) 대비 0.5%포인트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1,288원에서 1,390원 60원으로 100원 넘게 올랐습니다.


올해 들어 한·미 기준금리가 동결된 가운데 원화 가치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한·미 간 실질금리 격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금리는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지난해 10월 초 제조업 지수와 고용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연 4.81%까지 치솟아 여전히 견고한 미국 경제 상황을 보여줬습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하루(10월 4일) 동안 14원, 20원 급등하면서 아시아 증시와 통화가치가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여 뒤 미국 고용 지표가 둔화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불과 3거래일 동안 60원(1,357원·30원·1,297원·→1297원·30원) 급락한 날도 있었습니다.


미국 채권시장은 올해 미국 정부와 연준의 재정·통화정책 전망에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대선 토론회 직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사흘 연속 급등해 4.5%에 육박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지표가 고용 둔화 조짐을 보이자,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변동성이 커지는 초엔화


올해 각국의 통화정책이 차별화된 점도 원화 약세와 변동성 확대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연준이 2년 넘게 이어진 긴축 기조를 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를 경계하던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자체적인 살림살이에 나서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 3월 스위스 중앙은행이 깜짝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스웨덴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 은행 등이 잇따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습니다. 먼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유로화 가치 하락과 달러화 매력 부각은 유로존의 경기 둔화와 ECB의 조기 금리 인하, 프랑스의 조기 총선 결정에 따른 정치적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세계적 흐름과 달리 일본은행은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환 속도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엔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41엔에서 지난 5일 161엔으로 20엔(14.2%) 상승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엔화 추가 약세에 베팅한 투기 세력의 영향으로 환율 변동 폭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지배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2022년 긴축 기조로 전환한 이후 아시아 통화의 동조화가 강화되면서 원화 가치 하락 폭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견조한 미국 경제와 유입되는 글로벌 투자를 고려할 때 달러화 강세는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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